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데, 생각해 봐야 할 물건들.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정은 아주 깁니다. 프랑스길 (생장 ~ 산티아고)이 약 800km 정도로 한 달 가까이 매일 20~30km를 가야 합니다. 긴 여정이라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5일 ~ 10일 정도의 단기코스는 많은 준비 없이 편하게 다녀와도 됩니다. 각 코스는 올레길 보다 난이도가 쉽고 언제든 쉴 수 있습니다. 올레길의 경우 산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비좁은 공간을 지나기도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길이 많지 않습니다. 산길이 평지보다 그늘이 들어 더 쉽게 느껴집니다. 

 

10일 정도의 짧은 여정은 장시간의 긴 여정이 아니니, 조금 심각하게 과하다 느껴질 장비들은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등산스틱

있으면 아주 좋습니다. 지팡이 삼아 들고 다녀도 좋고, 동물들이 출몰하면 몰아내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가방 안에 들어가지 않아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고, 장시간의 트레킹이 아니니 대충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준비를 하지 않아도 바르셀로나나 파리의 데카트리온에서 저렴한 것으로 사고 올 때 버리고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펠, 버너

라면을 꼭 드셔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코펠과 버너를 들고 다니는 분이 있는데, 알베르게에 가면 냄비와 인덕션이 있습니다. 산악지대에서 캠핑하는 것이 아니니 만큼 안들고 가셔도 됩니다. 굳이 들고 가셔야 한다면 흔히 사용하는 부탄가스가 들어가는 것으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동그랗고 납작한 가스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스패츠

등산화와 바지사이에 모래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 주는 스패츠. 있으면 좋으나 없어도 됩니다. 될 수록이면 목이 긴 등산화를 선택하고 스패츠는 안 들고 다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간에 발에 물집이 잡히면 슬리퍼 차림으로 다녀도 됩니다. 산악 지대는 전구간에서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첫날 피레네 산맥 외 험지도 없음)

 

우산

별 필요가 없습니다. 늘 거추장 스러웠던게 우산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들고 다녔는데 비 오면 그냥 쉬거나 재킷에 달린 모자 쓰고 다니는 게 더 편했습니다. 

 

휴대용 정수기

있으면 좋으나 없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갈증은 늘 나고 물은 늘 부족합니다. 기왕 부족한 음료는 길가의 바에서 사 마시면 됩니다. 첫날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의 구간 외에 불편한 구간은 없었습니다. 

 

커피믹서

있으면 좋습니다. 스페인 믹스는 맛 없습니다. 그냥 카페에서 사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바람막이

있으면 좋습니다. 밤에 유용합니다만 그 보다는 팔이 긴 면티 하나를 더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잘 때는 면이 좋더라고요.

 

구급약품

각자 필요한 약품은 각자가 알아서 챙기면 됩니다. 남에게 나눠줄 것까지, 혹시나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준비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중간에 약국 많습니다. (유용하게 잘 썼지만 무거웠던 것은 호랑이 연고, 밤에 발바닥에 바르니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카메라

비싼 걸 들고 가면 저주스러울 겁니다. 이걸 왜 들고 다니나 싶을 정도로 화날 때도 있습니다. 누가 가져갈 까봐 전전 긍긍하기도 합니다. 있으면 좋으나 역시 없어도 좋고, 굳이 좋은 카메라를 들고 가고 싶다면 될수록 작은 카메라에 단렌즈 하나 정도 추천합니다. 

 

블루투스 스피커

있으면 파티 때 좋습니다. 그런데 무겁습니다. 정말 무겁습니다. 

 

 

라면

큰 도시의 중국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비쌀 뿐. 가격을 생각하면 가방은 더 무거워집니다. 

 

될수록이면 '돈'이라는 가벼운 걸 들고 다니면서 편하게 쓰는 걸 추천합니다. 순례자 길의 정신에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간소하려면 약간의 '돈'이 더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싼티아고로 가는 길 레온에서 산티아고까지의 여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