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무너진 것은 나랏님 탓! 그게 왜 무너져? 순자 이야기
순자라는 인물은?
출생
오늘날에는 유학의 이단아로 평가받지만, 가장 현실적인 유학자로 여겨지는 순자, 순자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고, 그의 저서와, 사상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천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순자가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는지는 정확하지는 않다. 그냥 순자가 태어날 무렵이 공자가 죽은 지 200년쯤 뒤이고, 맹자가 죽을 무렵이라는 정도. 시기는 전국 시대 말기였고 서서히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을 때 즈음 조나라에서 순자가 때어났다. 중국 역사서인 '사기'는 순자의 일생을 50세 무렵부터 적고 있어, 50세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이름
순자의 이름은 황(況)이고, 자는 경(卿)인데, 경이란 벼슬한 사람에 대한 존칭이기도 했기에, 순자를 귀족 출신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벼슬
순자는 공자나 맹자의 삶과 비교해 볼 때 살아 있을 당시에는 상당한 영광을 누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제나라는 상업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였는데, 제나라에서는 지금으로 말하면 국립 또는 왕실 학술 센터를 세우고 많은 학자들을 초빙하여, 학자들의 토론과 교류를 장려하였다. 이게 '직하학궁'이고 여기에 모인 학자들을 묶어 '직하 학파'라고 불렀다.
당시 최고의 인재들은 순자 외에도 한비자, 공손룡(명가) 등이 있었는데 순자는 직하에서 가장 덕망 있는 학자로 인정받았다. 직하의 최고 사상가가 맡는 좨주(祭主)를 세 번이나 지냈으니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대 학자였다. (물론 이 좨주는 제사를 주관하기도 합니다.) 당시 순자와 맹자의 철학적 영향력을 지금에 비유해 본다면 순자가 명문 대학교 총장급 인물이었다면 맹자는 지방 소도시의 학원 원장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인성론에 기반을 두고 맹자는 성선, 순자는 성악이라고 하여 가장 대비하여 이해하고 있다. 물론 순자가 맹자를 많이 비판한 것은 맞지만 사실 인성론적으로만 비교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다른 사상을 수용한 새로운 유학 체계
실제로 공자는 사상은 그 당시로는 이상적이며, 관념적이어서 점점 약해져 가고 있던 시기였다. 사실 그 전쟁이 많던 시기에 현실성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순자는 제자백가(諸子百家)로 불리는 전국시대의 다른 학파의 사상까지 흡수하여 유교로서는 상당히 특이한 사상체계를 수립했다고 할 수 있다.
저서- 『순자』
32편, 논문식
순자의 사상을 잘 나타낸 책이 『순자』인데, 대화체가 많은 논어나 맹자와는 달리 논문식으로 되어 있다. 제자들의 기록이라고 짐작되는 일부분을 빼면 대부분 순자가 직접 쓴 글인 것으로 추정된다. 『순자』라는 책은 모두 3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권학, 청출어람
첫 편이 '권학(勸學)'편이다.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분인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우리가 잘 아는 아주 유명한 말이 나온다. ‘청출어람 (청어람)’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인데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말이다.
성악, 천론, 예론
다음은 '성악' 편으로 여기서 맹자의 성선설을 강하게 비판한다. '천론(天論)'편은 천(天)을 인간생활과는 무관계한 자연 존재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모두 읽지 못하더라도, 여건이 허락된다면 순자의 중심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권학」, 「성악(性惡」, 「천론(天論)」, 「예론(禮論)」편은 꼭 읽어보길...
天(천)관
중국 철학은 다 천관을 가지고 있다. 맹자, 순자, 노자, 장자가 하늘을 어떻게 이해했는지에 따라 그들의 사상이 달라지게 된다. 천관은 그 사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순자 이전의 유학의 천관
만물의 근원(인간의 근원)
유가 사상에서 순자 이전의 유학과 순자의 천관만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순자 이전에는 유학자(공∙맹)는 만물 생성의 근원을 하늘에서 찾았다. 그럼 만물의 만든 것? 하늘. 그래서 하늘을 인간 본성(도덕성)의 근원으로 여긴다.
이를 두고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한 것이 인간이 본성이라고 보았다. 그러니 인간의 근원인 하늘과 하나 되는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을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 한다.
인간세계에 개입
따라서 하늘이 인간 세계에 관여∙개입하고, 길흉화복을 주관한다고 생각하여 하늘을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종교적 성격이 있었다. 하늘에 기원하며 복을 구하던 때였다.
순자의 天(천)관
천인분이 (天人分二)
그러나 순자는 기존 유학의 천관을 수용하지 않는다. 인간은 하늘로부터 독립된 존재라고 하여 하늘과 선을 긋는다. 이걸 천인분이(天人分二) 또는 천인지분(天人之分)이라고 하죠.
자연현상(물리적 현상)
순자는 하늘이 만물의 근원이고, 인간에게 도덕성을 부여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봤다. 즉, 하늘은 인간과 무관한 자연물 또는 자연의 현상 가운데 하나로 하늘이란 비가 오고 바람 부는 자연 현상(물리적 현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보았다.
기우제
맹자적 사고에서는 가뭄이 들어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 지낸다. 인간의 도리 다해야 하늘의 도리가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하늘에 기원을 한다.
"제가 열심히 살게요. 도와주세요." 이런 컨셉이다. 하늘이 인간 사회 일에 영향 미친다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뭄이 들었다'고 하자.
맹자는 "일단 인간이 똑바로 안 사니까. 하늘이 벌주신거다."
그래서 기후제를 지내서 빌어야 한다. "잘못했어요. 열심히 살게요." 왜냐하면 인간의 길흉화복 하늘이 관장하니까.
기후제를 지냈더니 비가 내렸다. 맹자는 "봐라 기후제 지내서 비가 내렸다"라고 한다.
반면 순자는? "비가 올 때가 돼서 온 거지!"
성수 대교, 삼풍 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무너졌을 때(1994도), 삼풍백화점 붕괴(1995) 됐을 때도 당사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물삼이 (김영삼 : 1993~1998)이 통치 잘못해서"라고
이런 사고방식이 맹자의 영향이다.
"인간이 부덕하면 하늘이 벌을 내린다. 왜냐 똑바로 안 사니까!"
성수대교가 무너지면 맹자는 왕의 부덕 탓하지만 순자는 시공자를 탓한다. 또는 다리가 무너진 이유는 무너질 때가 되서라는 거. 즉, 착한 사람이 다리 만들었다고 더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순자는 하늘을 활용
그래서 순자는 하늘에 풍년을 기원할게 아니라 하늘을 법칙성 즉, 자연의 법칙을 알고 그걸 활용하자고 한다. 언제 씨 뿌려야 가장 씨가 잘 자라 수확량이 많아지는지 알아서 그걸 활용하여 풍년을 만들자는 거다. 그러니 하늘이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노력에 따라 길흉화복이 나타난다고 순자는 본다.
순자의 인성론
순자에게 하늘은 인격(=도덕) 천이 아니라, 자연 천이니 그럼 명을 내릴 수 없다. 따러서 인간은 하늘이 준 도덕성 가진 존재일 수는 없다. 인간은 육체 가진 존재!
맹자의 성은 하늘에서 온 도덕성이지만 순자의 성은 육체로 인해 발생하는 욕구였다. 이게 순자의 성악설이다.
글. 가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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